에이미 와인하우스 <Back To Black>


올해 그래미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에이미 와인하우스다.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5개를 쓸어갔다. 그것도 올해의 녹음, 올해의 노래, 올해의 신인, 올해의 노래까지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 그동안 그래미는 보수화의 일변도를 걸어왔다. 철저히 백인 주류사회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에게 주요 상을 준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노라 존스, 딕시 칙스 등은 그래미의 이런 취향덕에 전폭적인 지지를 받곤 했다. 이런 경향을 생각해본다면 올해의 결과는 의외라면 의외다.

일단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영국 출신이다. 게다가 '전투적인 여성'의 이미지에 충실하다. 약물, 알콜 중독에 무대에서 관객과의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 비자가 거부되어 수상식에 참가도 못했다. 미국 백인 주류층의 가치와 취향, 이라는 그래미의 일반적인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50주년을 맞아 그래미가 개혁의 칼날을 빼든 것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역시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음악에 있다. <Back To Black>이라는 앨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음악은 팝의 토대가 된 흑인 음악의 연대기다. 힙합 이전의 검은 흐름이 이 앨범에 오롯이 담겨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20대 중반의 이 패기넘치는 싱어송라이터는 그 전통을 지극히 현대적으로 재창조하고 있다. 이는 네오소울이네 크렁크앤비네 하는, 지루한 빌보드 흑인 음악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심지어 뻔하디 뻔한 꺾는 창법 하나 없이,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흑인 고유의 소울을 정말이지 모던하게 표현한다. 열한곡의 트랙 모두, 일관되면서도 차별적이다. 빌리 홀리데이의 재림이라는 평가는 답습이 아닌 계승으로 받아들여져야 마땅하다. 사실, 이 앨범은 올해의 가장 유력한 수상후보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그래미에 개혁의 바람이 불었다기 보다는 '예측가능한 이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까.

덧붙이자.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의, 즉 음악성과 대중성을 모두 겸비하고 거기에 고유의 정체성까지 갖춘 뮤지션이 성공적 데뷔를 하면 국내에서도 실시간으로 인기를 얻는게 가능했다. 그러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매체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그녀의 그래미 석권 이후다. 팝이 지금의 국내 음악 시장에서 갖는 위치를 역으로 말해주는 것 같아 씁슬하다.


Rehab

by 김작가 | 2008/02/13 03:01 | 음악이 해준 말 | 트랙백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zakka.egloos.com/tb/361744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hisha at 2008/02/13 10:44
와인하우스는 영국인이지만 사실 미국상류층이 좋아하는 유태인이기도 하니까요. 아참 비자는 사실 막판에 다시 허가가 났었답니다. 근데 그녀 본인이 그냥 안가기로 마음을 굳힌 거였어요. 재활치료스케쥴에 차질을 빚는다는 가족들의 반대도 심했고 해서...
Commented by hyangii at 2008/02/13 12:08
마지막 문단대로, 이제서야 매체에 오르내리는 걸 또 이제서야 발견했습니다. 확실히 십년전에 비해 거의 폭락 수준으로 내려간 느낌입니다.
Commented by 루시 at 2008/02/13 13:33
작년중반쯤 처음듣고 어디서 이런 괴물이 나왔나 싶었습니다. 나이도 (나보다) 어린게 목소리는 한 사십먹은거 같은 연륜으로다가 불러대니. 곡해석도 그렇고 말이죠. 그저 오래살아주기만을 바랄뿐입니다. 하도 약물과 술에 관련된 가십기사들이 많아서.. 가십걸로 남기엔 너무나 빛나는 재능을 가진 뮤지션이니까요.
Commented at 2008/02/13 17: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젊은미소 at 2008/02/14 15:01
딕시 칙스가 전성기(?)에는 "미국 주류 사회가 좋아하는" 뮤지션이었던 건 맞지만 작년 그래미를 휩쓸었던 Take the Long Way Home 앨범의 경우 해외에서 부시 비판 발언 한번 했다가 일종의 마녀사냥을 당했던 데 대한 반작용이 어느 정도는 작용했다고 봐야 되겠죠. 지금도 보수적인 미국 사람들은 그 건으로 딕시 칙스 싫어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앨범 판매량도 예전에 비하면 신통찮고.. 옛날 같은 주류 스타는 더 이상 아닙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 상류층이 좋아하는 유태인"이라는 견해도 현실과는 좀 거리가 있는 듯하고요. ^^
Commented at 2008/02/15 04: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전단지박사 at 2008/11/13 10:45
잘 보고 갑니다 시간 되시면 제 카페도 들려 주세요 cafe.daum.net/ppp8
Commented by HD at 2009/11/27 05:57
미국상류층이 곧 유태인이다. 무슨 소리하나.
에이미와인하우스 유태계라는게 참 의외..
또 의외의 유태계 데카당 뮤지숀이 누가 있을까..?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음악 친구나 해요
by 김작가 2008 이글루스 TOP 100
Calendar
메모장
noisepop@hanmail.net
http://twtkr.com/GrooveCube
카테고리
전체
음악이 해준 말
생각
스토리
대화
어른들의 놀이터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상수일지
아주 특별했던 봄
아주 특별한 여름
go20
private press
NM
야담과 실화
바벨의 콘서트
VS 칼럼
자전거 라이프
방명록
비밀의 창고
미분류
포토로그

보이는 것의 날인
태그
맑스 VampireWeekend 레미제라블 철학성향테스트 FnC 이병우 페스티벌 이런들어떠하리저런들어떠하리 씨엔블루 들뢰즈 매시브어택 내한공연 문화정책 글래스톤베리 Contra 어떤날 국카스텐 밥딜런 트위터 오아시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2010 전망 블로그 그린데이 인디 아이돌 루시드폴 아감벤
전체보기
rss

skin by zodiac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