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밥 딜런에게 한층 밝은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고 있다. 첫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은 2006년의 책이었다. <Modren Times>는 그래미에 올랐다. 올해는 그의 음악 인생을 총괄하는 석장짜리 박스 세트도 등장했다. 미디어를 통해 나타난 밥 딜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렸으며 <벨벳 골드마인>의 토드 헤인즈는 그의 전기 영화 <나는 거기에 없다>를 찍었다. 어떤 음악 영화와도 다른,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라고 한다. 왜 밥 딜런인가. 세상에서 가장 노래를 못하는 남자, 하지만 누구나 그의 목소리를 알고 있는 남자. 명예의 전당에 추대됬을 때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엘비스는 우리의 몸을 열었고, 밥 딜런은 우리의 가슴을 열였다"라는 헌사를 바친 대가. 동시다발적으로 비춰지고 있는 그 스포트라이트안에서 과연 밥 딜런은 무엇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밥 딜런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살아있는 전설? 신화적 인물? 안일한 표현이다. 전설과 신화는 과거에 시작해서 과거에 끝난 사건이다. 현재에는 다만 추앙과 해석의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밥 딜런은 그렇지 않다. 2006년 말에 발표한 <Modern Times>는 그저 원로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그래미 후보에 오른 작품이 아니다. 그는 이 앨범을 통해 현명하게 나이 먹은 노인만이 펼칠 수 있는, 관조를 담담히 그려냈다. 그의 음악적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우디 거스리 시대의 포크와 델타 블루스의 문법을 활용해서. 이 앨범안에서의 밥 딜런은 추억이나 반추하며 고갈된 재능을 우려먹는 꼰대가 아닌, 지혜로운 현자였다. 그리고 같은 해 발표한 첫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은 비트 문학을 계승하고 미국 현대 문학의 중요한 자산으로까지 평가받는 그의 가사가 노래안에 머무는 것만은 아님을 보여줬다. 그는 자신의 젊은 날을 시간대를 오가며 적나라하게, 3인칭이자 1인칭으로 풀어냈다. 물론 번역으로 읽어도 그 힘이 남아있는 주옥같은 문장으로. 뉴욕타임스는 이 자서전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그는 땅 밑에서 춤추는 화석이 아니라 언제나 퇴적된 지층의 가장 위에서 호흡하는 동시대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부르는 건 어떨까. 저항문화의 기수. 여기서는 밥 딜런이 자서전에 밝힌 당시의 심경을 옮기는 게 가장 좋은 대답일 것이다. "나는 반체제 문화가 무엇인지 충분히 보았다. 내 가사가 멋대로 추정되고 그 의미가 논쟁에 휘말려 타락하고, 내가 반군의 대형, 저항운동의 대사제 비국교도의 총책, 불순종의 대가, 식객의 리더, 배교의 황제, 무정부 상태의 대주교, 얼빠진 사나이로 공식 선정된 것에 진저리가 났다." 그는 이렇게도 말한다. "내가 한 일이라곤 새로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강하게 표현하는 노래를 부른 것 뿐이었다. 나는 내가 대변하게 되어 있다는 세대와 공통적인 것이 별로 없고 잘 알지도 못했다. 불과 10년 전에 고향을 떠났고 누구에게도 큰 소리로 내 의견을 외친 일이 없었다. 앞날의 내 운명은 삶이 인도하는 대로 가게 되어 있었고, 무슨 문명을 대표하는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솔직히 이런 상황이었다. 나는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보다는 목동에 가까웠다." 결국 그는 자신을 레지스탕스 대장으로 추대하려는 사람들을 피해 시온주의자인척 했고 컨트리 앨범을 냈다. 그에게 시대의 선봉 자리란 전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밥 딜런은 저항문화의 기수가 되어 깃발을 흔든 적이 한번 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과거의 유산에서 이자나 타먹으면서 롤링 스톤즈처럼 살수도 있었고, 저항문화의 상징에서 멈춘 채 시대의 아이콘으로만 남아있을 수도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평생 그것을 거부해왔다. 그의 노래 중 가장 위대한 곡으로 평가받는 'Like A Rolling Stone' 그 자체와 같은 삶을 살아왔고 살고 있다. 밥 딜런은 멈추지 않고 구르는 바위처럼, 세월의 이끼를 삶에 허락하지 않는다. 이미 재평가가 끝나 레전드로 완성된 존재가 아닌, 숨을 거두는 그 날까지 규정될 수 없는 인물인 것이다. 그래서 밥 딜런 전기 영화 <나는 거기에 없다>에서 토드 헤인즈는 여섯명의 인물에게 밥 딜런 연기를 시켰을 것이다. 그를 하나의 틀로, 하나의 캐릭터로만 재단한다는 건 불가능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1일부터 14일까지, 런던에서 "VISIONS OF DYLAN"이란 전시회가 열렸다. 밥 딜런의 공적과 매력을 후세에 전하려는 캠페인의 출발이 된 행사다. 그의 사진과 앨범, 잡지 커버, DVD등 모든 미디어를 통해 나타난 밥 딜런의 이미지가 주된 전시물이다. 물론 세계 각지의 아티스트가 밥 딜런으로부터 영향 받아 만든 작품들도 함께 전시됐다. 이 전시회는 막을 내렸지만 웹 사이트를 통해 계속 전시된다. 전시물도 계속 업데이트된다. 언제까지나 혼탁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그의 음악과 언어는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멈추지 않는다. 인류가 한 날 한 시에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밥 딜런이란 이름이 세상에서 지워지지 않는 한 말이다.

앙앙 1월호 원고

by 김작가 | 2007/12/15 12:32 | 스토리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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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 at 2007/12/16 04:34
토드헤인즈의 밥딜런 영화라... 완전 기대 @.@
Commented by 젊은미소 at 2007/12/16 06:03
좋은 얘기긴 하지만.. 밥 딜런 같은 거대한 아이콘의 경우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아닌 이상은 그 임팩트를 제대로 이해하는 건 어렵다고 봅니다. 이 양반의 노래를 들으며 청춘기를 보낸 사람들이 바로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이다 보니 다른 세대의 아이콘들에 비해 더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이제 은퇴할 나이에 접어들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들의 두툼한 지갑 역시 한 몫 하고요.
Commented by 케인 at 2007/12/19 23:46
들은지 7년은 넘은듯 한데 아직도 저 양반의 목소리는 적응이 안되어서.... 저에게는 밥 딜런과 같은 감각을 공감할 수 있는 문화적 공유는 없더군요. 알 수도 있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느끼지는 못한다고 할까.
Commented by 푸른산소 at 2008/02/06 23:50
대학교 1학년때 밥딜런 테이프를 사서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 너덜너덜하게될때까지 반복해서 들었지요. 하지만 그의 노래는 목소리로 듣는게 아니라는걸 깨달은건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였습니다.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Before you call him a man.

으로 시작되는 그의 노래는 진정 은유적인 시지요. 여기서 앞의 남자는 흑인을 말하는 거구 뒤의 남자는 진정한 인격체로서의 인간을 말하는겁니다.

촌철살인이면서 지릿한 느낌을 가슴 한켠에 안겨줍니다.

그의 노래는 모든게 이런 식이라 가사를 좀더 파고 들면 들수록 대중가요가 어느정도의 경지까지 오를수 있는가에 감동을 먹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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