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많은 공연을 봤다. 잊혀진 공연도 있고 잊지 못할 공연도 있다. 최고의 공연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문득문득 생각나는 공연이 있다. 모노의 공연이 그랬다. 일본 출신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자리를 굳히고 있는 인스트루먼틀 록 밴드다. 첫 내한 공연은 작년 여름, 그리고 올 초에도 한국을 방문했었다. 비욘세, 아길레라 공연처럼 매스컴이 호들갑을 떤 공연은 아니었다. 화려한 쇼맨십이나 무대 연출도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의 고막과 대뇌피질과 심장 어드메에 지워지지 않을 문신을 새기고 떠나갔다. 보컬도 없는데 어떤 목소리보다 강렬하게 말을 걸고 떠나갔다. 두 대의 기타와 베이스, 드럼, 그리고 간간히 등장하는 키보드만으로 이들은 무의식 깊은 곳에 있는 분노와 좌절, 슬픔과 허무의 고갱이를 파해친다. 상상력의 음악이자 원초적 기억의 소리다. 스피커에서 몰려오는 거대하고 격렬한 파동은 평생 레테강 어귀를 순례하는 망자의 진혼곡이다. 삶과 죽음, 밤과 낮, 들숨과 날숨, 기억과 망각의 틈에 모노의 음악이 있다. <Gone>은 모노가 올해 초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소재로 한정 발매했던 EP<Phoenix Tree>를 비롯, 그들이 지금껏 발표했던 비정규곡들을 모아놓은 앨범이다. CD를 플레이하는 순간, 80여분간 멈출 수 없다. 그 긴 시간동안 그저 망연자실, 기억안의 기억과 기억밖의 기억이 털실처럼 뭉쳐서 감은 눈앞에 소용돌이친다. 검은 밤, 하얀 입김을 뿜으면 그 공연이 생각난다. 한 낮의 그늘에 들어서도 그 공연이 생각난다. 공연을 봐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음악을 들으며 심상의 바다에 빠져 앨범이 끝날 때까지 표류할 수 밖에 없었을테니까. 모노는 DNA 깊숙이 간직되어 있던 태초의 카오스를 연주한다. 코스모스에 이르고자하는 본능의 몸부림을 그려낸다. 검은 하늘, 하얀 땅, 회색 숲의 저편에서 아름다운 테러가 우리의 숨을 감싸 안는다. 비장하고 따뜻한, 보이지 않는 손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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